최근 몇 년 사이, 집안 구석구석에 식물을 들여놓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일 만큼 식물을 키우는 행위는 이제 단순한 취미를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왜 지금, 우리는 식물에 끌리는 걸까? 그 이면에는 정서적 결핍, 트렌드, 심리적 보상, 그리고 MZ세대의 '느린 일상'에 대한 갈망이 숨어 있다.

1. 식물은 ‘말 없는 위로자’
현대인의 정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소셜미디어 속 피로, 관계의 단절, 끊임없는 경쟁은 마음의 작은 균열을 만든다. 사람들은 이런 균열을 메울 무언가를 찾게 되고, 그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식물이다.
식물은 말을 하지 않는다. 감정도 표현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점이 사람들에게는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혼자 있는 공간에 푸릇한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작은 안정감을 느낀다. 아침마다 잎사귀를 보고, 물을 주며 다정하게 눈을 맞추는 과정은 마치 ‘돌봄’의 감각을 되살리는 시간이다. 아이를 키우거나 반려동물을 돌보는 것만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나의 관심이 곧 생명으로 이어지는 묘한 책임감은 감정의 틈을 채워준다.
2. 팬데믹 이후의 정서 회복 수단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집콕, 거리두기, 외출 자제라는 단어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실내에서의 정서적 만족을 찾기 시작했다. 이때, 가장 큰 전환점이 된 것이 바로 ‘홈가드닝’이다.
이전에는 인테리어의 일부였던 식물이, 이제는 ‘반려’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집 안에서 작은 변화와 생기를 줄 수 있는 대상은 식물밖에 없었다. 특히 MZ세대는 아파트 베란다나 작은 방 한쪽을 플랜테리어 공간으로 꾸미면서 나만의 힐링 존을 만들었다. 이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실질적인 심리 회복의 루틴이었다.
3. MZ세대의 ‘느린 취미’ 트렌드
MZ세대는 겉으로는 빠르게 살아가는 세대처럼 보이지만, 실은 ‘느림’을 갈망한다. 디지털 피로, 과잉 정보 속에서 의도적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다. 그래서 LP판을 모으고,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그리고 식물을 키운다.
식물은 급하게 자라지 않는다. 하루하루 천천히 자라나는 모습은 MZ세대에게 시간을 천천히 보내는 법을 알려준다. 물을 주고, 잎을 닦고, 성장기를 기록하는 루틴은 번아웃을 방지하고 나만의 리듬을 회복하는 수단이 된다. 특히나 이들은 식물을 SNS에 공유하면서, 비교 없는 자랑이라는 새로운 감정소비 방식도 만든다.
4. 반려의 새로운 정의 '식물도 가족이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의 개념을 넘어서 ‘반려식물’이라는 단어가 일상어가 됐다. 이는 ‘돌봄’의 대상이 꼭 사람이거나 동물이 아니어도 된다는 인식의 변화다. 결혼, 출산을 미루는 시대에 비혼·1인가구의 감정의 통로가 되어주는 대상이 바로 식물이다.
식물의 죽음에도 슬퍼하고, 이름을 붙이며 일기까지 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는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이 아닌, ‘관계’를 맺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어떤 이들은 “얘는 내가 말을 안 해도 알아주는 존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식물과의 조용한 교감은 새로운 감정 노동의 해방구가 되기도 한다.
식물을 키운다는 건 단순히 초록색 무언가를 집에 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 안의 감정을 마주하고, 회복하고, 삶의 리듬을 되찾는 과정이다. 요즘 사람들이 식물에 끌리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조금 더 다정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무언의 표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