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NFT, 유튜브 채널, 구독 수익까지…이제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 진짜 자산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을 때 그 디지털 자산은 어떻게 될까요?
법도 제도도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디지털 상속'의 현실과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봅니다.

1.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자산’이 진짜 재산이 된 시대
한때 암호화폐는 투자 수단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하나의 ‘자산 유형’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는 물론, NFT, 디지털 아트, 웹소설 IP, 유튜브 수익계정, 블로그 콘텐츠 저작권, 게임 아이템까지 모두 ‘디지털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런 자산들은 형태는 없지만 실질적 가치를 지니고 실제로 거래되며 소유권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이런 디지털 자산이 소유자의 죽음 이후에도 남아있지만 누가 어떻게 상속받을 수 있는지 명확한 절차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인이 남긴 지갑 주소는 있어도 프라이빗 키가 없다면 그 자산은 영원히 접근할 수 없습니다.
현실에서는 가족조차 디지털 지갑의 존재조차 모르거나 설령 알아도 접근 권한이 없어 자산을 영영 잃어버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한 20대 청년이 갑자기 사망한 후 수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잠긴 지갑을 가족들이 열지 못해 결국 포기해야 했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2.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무주인 자산’ 문제
한국은 아직까지 암호화폐나 NFT에 대한 상속세 과세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일부 국가는 디지털 자산도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하고 있지만 한국은 실무적으로도 혼선이 많은 편입니다.
예컨대 상속인이 코인 지갑을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해당 거래소에서 사망자 명의의 계좌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죠.
국내 거래소들은 일부 가족관계증명서와 사망확인서를 제출하면 조회 정도는 해주지만 자산의 소유권 이전까지는 처리 지침이 없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NFT의 경우 단순한 ‘파일’이 아니라 블록체인에 기록된 ‘고유 자산’이기 때문에 이를 이전하려면 해당 플랫폼의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플랫폼마다 규정이 제각각이라 법적 근거 없이 상속이 이뤄지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로 인해 ‘디지털 자산은 사실상 사망과 동시에 증발하는 자산’이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3. 디지털 유언장과 키 관리 서비스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일부 법무법인이나 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는 디지털 자산 상속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디지털 유언장’입니다.
사용자가 살아있을 때 본인의 암호화폐, 개인키, 계정 정보 등을 정리해 두고 사망 시 가족에게 전달되도록 설계된 서비스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 특정 주소나 플랫폼에 접속하면 본인의 사망이 확인된 후 가족에게 개인키가 자동 전달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스마트 상속’ 시스템이죠.
또한 멀티시그 지갑을 활용하면 두 명 이상이 동시에 서명해야 코인을 꺼낼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어 사고나 부재 시에도 안전한 상속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 역시 제도권과 법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법적 효력이 없거나 분쟁의 소지가 존재합니다.
결국 법 제도 정비와 디지털 자산 교육이 병행되어야 안정적인 상속 시스템이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이제 자산은 은행 예금이나 부동산만이 아닙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벌어들인 수익, 소유한 토큰, 창작한 콘텐츠 모두가 후대에 전해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유산입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이를 ‘재산’으로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제도도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디지털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자신의 자산 목록과 접근 방법을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더 늦기 전에 법적 기준과 상속 절차를 정비해 ‘무주인 디지털 자산’이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